엄마와 딸 사이,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마지못해 혼자 입니다

엄마와 딸 사이

좋아 보이는 어떤 관계에도 몇 가지쯤은 불만이 있게 마련입니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경우엔 사랑만큼이나 미움이 깊어 그것을 ‘애증’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모녀관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저자는 20여 년간 상담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자가 만난 20~30대 여성들은 다양한 문제로 저자를 만나지만 실제로는 엄마와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친구들에게서 들었던 엄마 이야기와 닮아있었습니다. 엄마와의 관계란 모든 관계의 원형을 상징하기에 책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라는 추천사도 와닿았습니다.  

요즘은 서로 맞지 않는 사람과 굳이 친밀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도 하고 저자 역시 정 힘들면 꼭 엄마와의 인연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를 살고 싶다면 엄마와 맺힌 것을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p.84). 저 역시 마음에 맺힌 것이 있을 때 그와 관련된 자극에 과잉반응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니, 상대와 나를 비난하는 쳇바퀴를 굴리고 싶지 않다면 문제를 대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한 스텝씩 나아가 보는 것이지요. 저자의 조언처럼 엄마를 여자로서 이해하거나 엄마의 원가족을 이해하는 작업, 적당한 거리두기, 대화할 땐 엄마의 마지막 보루는 지켜주고 반영 대화를 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해보는 노력이 그 방법입니다. 간혹 딸의 이런 노력에도 엄마 자신의 문제로 인해 기대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딸이 ‘착한 딸이 되려는 노력, 엄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존중하는 것’, 즉 엄마와 분리된 존재로 스스로 서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딸의 입장이다보니, ‘딸의 시선’으로 책을 읽어나갔지만 엄마로서 딸과의 관계를 고민하며 책을 읽으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딸’의 입장에선 엄마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느껴질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고민하고 책을 읽는 엄마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엄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일 딸로서 엄마와의 관계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미 스스로 서려는 발걸음을 딛기 시작한 것입니다. ‘성인이 된 나는 이제 더 이상 엄마의 말과 행동, 상황을 알지 못한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가 아니’라는 점을 되뇌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표현하려는 모든 엄마와, 엄마와의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든 딸들을 응원합니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이제 심리학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꽤 익숙한 단어가 된 듯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존감이 높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자존감 만능주의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하구요. 하지만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건강한 자존감을 추구하는 것조차도 우리 자신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대신 ‘멋지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사랑받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라며 자신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자기 자비’가 오히려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에 대해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자기 자비’를 권합니다. ‘너그러움’, 즉 자기 자비는 자신에게 친절하기,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한계와 약점 받아들이기, 판단하지 않는 태도인 마음 챙김, 세 가지를 기초로 합니다. 실체가 아닌 ‘자아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대신, 허황된 기대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 실제의 자신과 일상을 인정하고 보듬어 준다면 훨씬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구요.

‘자기 자비’를 떠올리면 얼핏 스스로에게만 너그러운 사람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 자비와 자기 연민의 차이를 짚어줍니다. 불행을 과장하며 세상에서 나만 불쌍하다는 느낌의 ‘자기 연민’과는 다르게, ‘자기 자비는’ ‘모든 인간은 부족하고 나름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기반 아래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태도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타인을 대할 때도 더욱 너그럽고 연대의식을 가지게 되지요.

저는 ‘자존감’의 개념이 부족한 자신도 수용하는 ‘자기자비’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잘할 때에만 긍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자신은 높게 평가하지만 타인은 무시하는 이들의 태도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그런 이들 특유의 태도 때문에 그저 ‘자존심이 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조금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자존감’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무엇이든, 자신에 대해 평가자의 태도를 갖는 대신 이해와 받아들임의 너그러운 태도를 가지는 ‘자기 자비’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태도임에는 틀림이 없을 듯합니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에는 저자의 고민과 그 끝에 얻은 깨달음,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연구 결과들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상 속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고민 끝에 얻은 듯한 저자의 깨달음과 솔직한 고백 덕분에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인상 깊었던 울림과 에필로그의 ‘당신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또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그 온기가 나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마지못해 혼자 입니다

문화 특성상 식사를 해도 함께, 휴식시간도 함께 하는 등 집단주의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도 ‘혼밥, 혼술’과 같은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저 역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전부였던 때도 있었고 싸우고 화해하더라도 이해하고 함께하려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피로감 때문에 최소한의 연락만을 하거나 싸우기보다는 덮어놓거나 서서히 멀어지는 등 언젠가부터 혼자인 것이 훨씬 편하게 느껴집니다. 요즘엔 저처럼 혼자가 편한 사람이 훨씬 늘어난 듯 하구요.

일상이든 활동이든 타인과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하기를 선택하는 회피적인 유형은 타인에게 무관심한 유형인 ‘회피형 애착 스타일’과 상대방의 반응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회피형 자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신 이외의 대상에 거부감을 느끼고 기피하려는 심리상태를 가진 ‘회피형 자아’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구요. 이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상처를 차단하고 싶어서 부정적인 가능성에 집중하거나 은둔하기도 하고, 삶의 즐거움이 희박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피하려 합니다. ‘소속되고 싶지만 거부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대의 반응과 평가에 민감해져서 사회활동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지요.

회피적인 태도가 형성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래도 양육환경입니다. 자아상이나 삶의 태도는 어릴 적 본인과 양육자 사이에 길러진 애착의 토대 위에서 형성됩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방치되거나 보살핌과 관심이 만성적으로 부족할 때, 비난이나 질책하는 태도, 지배나 강요, 지나친 간섭 등 아이에게 공감적으로 반응해주지 않는 환경 아래에서 성장했다면 회피적인 태도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핵가족화가 진행되어 아이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줄 어른이 없어진 것이나 개인주의의 가치관이 확산된 것 역시 최근 들어 회피형의 사람이 늘어나게 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회피적인 태도로 살다보니 혼자여서 편할 때도 있지만,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즐거움이 희박해지며 무엇보다 나아가는 삶보다는 견뎌내는 삶을 살게 된다는 점에서 때때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면, 회피적인 태도에서부터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지요.

저자는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회피적 태도가 개선될 수 있는 요인들을 알아내었습니다. 부모나 가까운 사람 등을 통해 안전 기지를 마련하거나, 작은 일부터 스스로 결정하기, 옳은 일보다는 원하는 일을 선택하기, 주체성 회복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상처로 인해 만들어진 회피적인 태도도 조금씩 변화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회복의지는 가장 빠른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구요. 내담자의 사례나 오랜 시간 저자의 경험에서부터 얻어진 통찰 덕분인지, 책을 읽으며 저의 현상과 심리상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과 이에 영향을 미친 원인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진 느낌이 든달까요.